마취와 스테로이드 사용: 적응증 및 주의점
서론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및 면역 억제 작용을 가진 약물로, 다양한 임상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취 과정에서도 스테로이드는 특정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며, 그 사용 목적에 따라 부신 기능 억제 환자의 스테로이드 보충, 기관지 천식 환자의 기도 반응 억제, 수술 후 염증 반응 조절 및 오심·구토 예방 등 다양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사용은 적절한 적응증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장기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충분히 고려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1. 마취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의 적응증
1) 부신 기능 저하 환자의 스테로이드 보충 요법
부신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수술 중 신체적 스트레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커집니다. 정상적으로 인체는 수술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하여 혈압과 혈당을 유지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환자나 부신 기능 저하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이러한 생리적 조절이 어려워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보충해야 합니다.
부신 기능 저하 환자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장기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 3주 이상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5mg/일 이상을 복용한 경우, 부신 기능 저하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애디슨병(Addison’s disease) 또는 이차성 부신 기능 저하 환자: 부신 자체의 기능 저하나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축(HPA axis)의 이상으로 인한 내인성 코르티솔 분비 감소가 나타나는 경우, 스테로이드 보충이 필수적입니다.
• 쿠싱증후군 병력이 있는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후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부신 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환자에서는 마취 중 급성 부신 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마취 중 부신 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하이드로코르티손(hydrocortisone)을 수술 전 및 수술 중에 투여하고, 수술 후 24~48시간 동안 서서히 감량하여 경구 스테로이드로 전환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스테로이드 보충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혈압, 저혈당, 전신 무력감, 심한 경우 쇼크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기관지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기도 반응 억제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마취 유도 과정에서 기도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될 위험이 큽니다. 특히 기관 내 삽관 시 기도 과민성이 증가해 기관지 수축, 기도 경련, 저산소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전 프리메디케이션(premedication)으로 스테로이드 투여가 효과적입니다.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4060mg을 수술 1224시간 전에 경구 투여하고, 수술 중에는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4~8mg을 정맥 주사하여 기도 과민 반응을 억제합니다. 이를 통해 기도 염증을 완화하고 기도 부종을 줄이며, 베타-작용제와 병용 시 기관지 확장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도 과민성이 높은 환자에게는 충분한 스테로이드 투여가 중요합니다.
3) 수술 후 오심·구토(PONV) 예방
수술 후 오심·구토(PONV)는 마취 후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여성, 비흡연자, 흡입마취제를 사용한 경우, 마취 시간이 1시간 이상인 경우 위험이 증가합니다. 덱사메타손은 강력한 항염증 작용 외에도 항구토 효과가 있어 PONV 예방을 위해 널리 사용됩니다.
마취 유도 직후 덱사메타손 4~8mg을 정맥 주사하면 PONV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세로토닌 길항제와 병용하면 더욱 효과적인 항구토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덱사메타손의 사용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효과가 장시간 지속되므로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됩니다.
4) 수술 후 염증 반응 조절 및 통증 관리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가지고 있어 수술 후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광범위한 개복술, 정형외과적 수술, 암 수술 등에서 염증 반응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스테로이드 투여가 고려됩니다.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덱사메타손 8~10mg을 정맥 주사하면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고, 조기 회복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경차단술과 병행하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신경염 억제 및 통증 감소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면역 억제 작용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2. 마취에서 스테로이드 사용 시 주의점
스테로이드는 다양한 임상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장기간 또는 고용량 사용 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취 및 수술과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으므로, 안전한 사용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1) 감염 위험 증가
스테로이드는 면역 억제 작용을 갖고 있어 감염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특히 고용량 또는 장기간 사용 시 수술 후 상처 감염, 폐렴, 패혈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면역저하 환자, 당뇨병 환자, 신부전 환자 등)에서는 신중한 사용이 필요합니다.
• 수술 전 충분한 감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시 예방적 항생제(prophylactic antibiotics)를 고려해야 합니다.
•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는 수술 후 감염 징후(발열, 상처 발적, 백혈구 증가 등)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2) 고혈당 및 당뇨병 악화
스테로이드는 혈당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당(hyperglycemia) 및 인슐린 저항성 증가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취 및 수술 과정에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상처 치유 지연, 감염 위험 증가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당뇨병 환자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경우, 수술 전후 혈당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 고혈당이 지속될 경우 인슐린 투여를 고려하여 혈당을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3) 위장관계 부작용
스테로이드는 위장 점막을 자극하여 위궤양(gastric ulcer) 및 위출혈(gastrointestinal bleeding)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와 병용할 경우, 위장관 손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위산 분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또는 H2 길항제를 병용하여 위 점막을 보호해야 합니다.
• 속 쓰림, 복통, 흑색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위장관 출혈 여부를 평가해야 합니다.
4) 부신 기능 억제 및 부신 위기(adrenal crisis) 위험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이 억제되어, 갑작스러운 스테로이드 중단 시 부신 기능 저하(adrenal insufficiency) 및 부신 위기(adrenal crisis)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장기간(3주 이상)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는 수술 전 감량 계획을 세우고, 필요시 수술 중 추가적인 스테로이드 보충을 고려해야 합니다.
• 부신 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하이드로코르티손(hydrocortisone) 정맥 투여와 함께 수액 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3. 마취 회복 및 수술 후 관리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의 차이점
1) 스테로이드 사용 환자의 마취 회복 특징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는 마취 회복 과정에서 일반 환자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부신 기능 억제로 인해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지연되거나 혈압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부신 기능 저하 환자는 마취 회복 시 저혈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적절한 혈압 유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 고용량 스테로이드 사용 환자는 혈당 상승 및 전해질 불균형을 보일 수 있어, 회복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2) 수술 후 염증 및 면역 반응 조절
수술 후 염증 반응은 상처 치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한 염증 반응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항염증 효과를 통해 수술 후 부종 및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감염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 광범위한 조직 손상을 동반한 수술(예: 정형외과 수술, 개복술)에서는 수술 후 염증 반응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감염 위험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3) 수술 후 통증 및 오심·구토(PONV) 관리
수술 후 통증 관리는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며, 스테로이드는 수술 후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810mg 정맥 투여는 수술 후 초기 통증 감소 및 진통제 사용 감소에 도움이 됩니다.
• PONV 예방을 위해 마취 유도 직후 덱사메타손 48mg을 투여하면 효과적입니다.
결론
마취와 스테로이드 사용은 개별 환자의 상태와 수술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환자의 기존 질환 및 약물 복용력을 철저히 확인하고, 수술 전·중·후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스테로이드의 이점을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마취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은 여러 임상적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적응증에 맞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부신 기능 저하 환자에 대한 보충 요법, 기관지 천식 및 COPD 환자의 기도 반응 억제, 수술 후 오심·구토 예방 및 염증 반응 조절 등 다양한 적응증에 맞는 스테로이드 사용은 마취과 의료진에게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사용은 부작용과 위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각 환자의 상태를 철저히 평가하고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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